LUNN
PHILOSOPHY

마지막 0.1cc를 남겨두는 이유 — 얼굴 비대칭 시술의 마무리

박형권 원장2026.03.04

"필러 티 안 나게 해 주세요." "어색한 게 제일 싫어요."

필러 상담에서 가장 많이 듣는 부탁입니다.

먼저 말씀드리면, 얼굴은 원래 좌우가 다릅니다. 완전한 대칭은 만들 수도 없고, 만들면 오히려 어색합니다. 목표는 똑같이가 아니라 달라 보이지 않게입니다.

저는 마지막 0.1cc를 남겨두는 편입니다. 다 채우고 나서 몇 분 앉아 계시게 한 뒤 다시 봅니다. 그 몇 분에 판단이 바뀌는 날이 있기 때문입니다.

시술 전 원장이 환자 얼굴의 좌우 균형을 관찰하며 디자인하는 모습 (측면 구도, 비식별 처리)

0.1cc는 정말 티가 나나요

"그 정도 양이 차이가 있긴 한가요?"라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0.1cc의 차이를 시술 직후에 알아보시는 분은 거의 없습니다. 1cc가 티스푼의 5분의 1 정도이니, 그 10분의 1이면 눈에 잘 띄지 않는 양입니다. 그런데도 그 양을 조정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얼굴은 정면 사진 한 장으로 완성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웃을 때, 말할 때, 고개를 돌릴 때마다 빛과 그림자가 바뀝니다. 거울 앞의 정면보다, 대화 중에 비스듬히 보이는 얼굴과 사진 속에 우연히 찍힌 얼굴이 일상에서는 훨씬 많습니다. 정지된 정면에서는 보이지 않던 미세한 비대칭이 어느 각도, 어느 표정에서 문득 드러나는 순간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부기가 빠지고 필러가 조직에 자리를 잡으면 그 차이가 조금 더 선명해지기도 합니다. 시술 직후의 만족보다, 2주 뒤 부기가 빠진 얼굴과 일상의 표정 속 얼굴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0.1cc는 그 순간을 위한 양입니다.

똑같이가 아니라, 달라 보이지 않게

이것은 필러만의 이야기도 아닙니다. 보톡스의 단위를 좌우로 나누는 일, 실리프팅에서 실의 방향과 개수를 정하는 일도 결국 같은 문제입니다. 좌우를 똑같이 만드는 것이 아니라, 좌우가 달라 보이지 않게 하는 것. 이 둘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작업입니다. 사람의 얼굴은 원래 완전한 대칭이 아닙니다. 뼈의 모양이 좌우가 다르고, 씹는 습관과 표정 습관에 따라 근육의 발달도 다릅니다. 자로 잰 듯한 대칭을 만들려고 하면 오히려 그 사람답지 않은 얼굴이 됩니다. 팔자주름만 해도 좌우의 깊이가 같은 분이 드뭅니다. 자주 웃는 방향, 옆으로 자는 습관, 씹는 쪽에 따라 한쪽이 조금 더 깊은 것이 보통입니다. 이때 깊은 쪽에 무조건 더 채우는 것이 답이 아니라, 채웠을 때 표정이 어떻게 움직일지까지 봐야 합니다. 그래서 계측 수치는 참고하되, 최종 판단은 눈으로 합니다. 정면과 측면, 웃는 표정과 무표정을 오가며 '이 얼굴에서 자연스러운 균형'을 찾는 일에 가깝습니다. 수치상의 대칭이 아니라 인상의 균형. 제가 마지막 몇 분 동안 확인하는 것은 그것입니다.

더 넣는 기준이 아니라 멈추는 기준

"그럼 조금씩 계속 더 넣게 되는 것 아닌가요?"라는 걱정도 하실 수 있습니다. 오해는 없으셨으면 합니다. 0.1cc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많이 넣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입니다. 필러에서 과욕은 부자연스러움으로 이어지고, 과도한 주입은 부작용의 가능성을 높입니다. 그래서 저는 총량은 보수적으로 계획하고, 그 안에서의 배분을 집요하게 봅니다. 왼쪽에 0.1cc를 더 쓸지, 아니면 양쪽 모두 거기서 멈출지. 이 판단은 계측만으로 되지 않습니다. 같은 0.1cc라도 피부 두께와 조직의 탄력에 따라 겉으로 드러나는 정도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상담에서는 '조금 아쉬운 정도'로 계획을 잡고, 필요하면 부기가 정리되는 2~4주 뒤 경과를 본 뒤 보충하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한 번에 채우는 것보다 느리지만, 되돌리는 것보다는 빠른 길이기 때문입니다. 더 넣을 수 있는데 멈추는 판단이, 더 넣는 판단보다 어렵고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시술 마무리 단계에서 거울을 들기 전 좌우를 확인하는 원장의 모습

그 판단을 남에게 맡기지 않는 이유

청담 필러 상담을 다니다 보면 어디나 비슷한 설명을 듣게 된다고들 하십니다. 차이는 설명이 아니라 마지막 몇 분에서 갈린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룬에서 상담과 디자인, 주입과 마무리 확인까지 제가 직접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상담에서 관찰한 표정 습관, 시술 중 확인한 조직의 반응, 마지막에 본 좌우의 균형. 이 정보들이 한 사람의 눈 안에 모여 있어야 0.1cc의 판단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물론 필러에는 멍이나 부기 같은 일시적 반응이 있을 수 있고, 유지 기간과 결과에는 개인차가 있습니다. 그 한계 안에서, 조절할 수 있는 것을 끝까지 조절하는 것이 시술자의 몫입니다. 0.1cc를 쓸지 말지 고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몇 분입니다. 하지만 그 몇 분을 생략하지 않는 것이 진료의 태도를 결정한다고 믿습니다.

얼굴 비대칭 시술을 고민 중이시라면, 시술 시간이 아니라 마무리 시간을 물어보시길 권합니다. 다 넣고 나서 다시 보는 과정이 있는지가 결과를 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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