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이 다 말리는 1인 원장 클리닉을 연 이유
"원장님 혼자 하시면 예약 잡기 어렵지 않나요?" "요즘은 큰 병원이 낫지 않나요?"
1인 원장 클리닉이라고 말씀드리면 자주 듣는 반응입니다.
주변에서도 말렸습니다. 규모를 키우는 게 맞다는 조언을 여러 번 들었습니다. 실제로 1인 체제는 불편합니다. 예약이 몰리면 원하시는 날에 못 잡아 드리고, 제가 자리를 비우면 진료가 멈춥니다.
그래도 이 구조를 택한 이유는 하나입니다. 상담한 사람과 시술한 사람이 다르면, 지난 회차와 오늘의 피부를 같은 눈으로 비교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왜 한 사람이 처음부터 끝까지 보나요
"혼자 다 하시면 비효율적이지 않나요?"라고 물으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답부터 드리면, 효율은 분명히 떨어집니다. 그런데 저는 그 비효율을 사기 위해 개원했습니다. 하루에 많은 환자를 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진료는 짧아지고, 상담과 시술과 관리가 각각 다른 사람의 손을 거치게 됩니다. 시스템으로는 효율적이지만, 저는 그 과정에서 놓치는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상담에서 들었던 고민이 시술실까지 온전히 전달되지 않는 순간들, 시술 후 경과를 기록으로만 확인하게 되는 순간들. 피부 시술은 같은 장비를 쓰더라도 그 얼굴을 얼마나 오래, 깊이 들여다봤는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같은 리프팅이라도 울쎄라가 어울리는 얼굴이 있고 써마지가 어울리는 얼굴이 있습니다. 그 판단은 장비가 아니라, 그 얼굴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본 사람이 해야 할 몫입니다. 그래서 규모 대신 시간을 택했습니다. 상담한 의사가 시술하고, 시술한 의사가 경과를 보는 구조. 1인 원장 체제는 불편을 감수한 선택이 아니라, 제가 하고 싶은 진료를 하기 위한 전제였습니다. 잘된 것도, 아쉬운 것도 시술한 사람이 가장 정확하게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 청담이고, 왜 1인실인가요
"청담 피부과는 다 비싸고 화려하지 않나요?"라는 인상을 갖고 오시는 분도 계십니다. 제가 청담을 택한 이유는 화려함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압구정로데오역 4번 출구에서 걸어서 1분. 찾아오기 쉬운 자리에 있되, 병원 안에서는 조용히 진료받으실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룬의 진료 공간은 1인실입니다. 대기 중에 다른 환자분과 마주치는 일을 줄이고, 상담실에서 나눈 이야기가 그 방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동선을 만들었습니다. 피부 고민은 생각보다 사적인 이야기입니다. 누가 들을까 신경 쓰이는 공간에서는 정작 중요한 질문을 못 하고 돌아가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외국에서 오시는 분들을 위한 다국어 응대도 같은 맥락입니다. 말이 통하지 않아 궁금한 것을 묻지 못하는 진료는, 제 기준에서는 절반의 진료이기 때문입니다. 차로 오시는 분들을 위해 주차는 무료로, 발렛은 5,000원으로 운영합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진료 전후의 동선까지가 병원의 일부라고 생각해서 정한 것들입니다.

장비가 다섯이어도 원칙은 하나입니다
작은 병원이 장비를 갖추는 데에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룬에는 울쎄라, 써마지 FLX, 소프웨이브, 온다, 피코웨이가 있습니다. 리프팅 계열만 네 가지를 둔 이유는 단순합니다. 장비가 하나뿐이면, 진단이 장비에 맞춰지기 때문입니다. 초음파가 맞는 얼굴에 고주파를 권하게 되고, 그 반대의 일도 생깁니다. 저는 진단이 먼저고 장비는 그다음이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상담에서는 시술 이름이 아니라 피부 상태에서 출발합니다. 피부 두께, 지방량, 처짐의 방향을 보고 나서야 어떤 에너지가 맞을지 답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지금은 시술이 필요하지 않습니다"라고 말씀드릴 때도 있습니다. 필요하지 않은 시술을 권하지 않는 것은, 작은 병원이기에 지킬 수 있는 원칙이기도 합니다. 물론 어떤 시술이든 효과에는 개인차가 있고, 일시적인 붉어짐이나 부기 같은 반응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 가능성까지 상담에서 미리 말씀드리는 것이 저의 일입니다.
느린 구조를 유지하는 이유
"그래서 이 구조가 계속 가능하긴 한가요?"라고 물으신다면, 솔직히 한계가 있다고 답하겠습니다. 1인 원장 체제에서는 하루에 볼 수 있는 환자 수가 정해져 있고, 예약이 몰리면 기다리셔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규모를 키우면 해결되는 문제라는 것도 압니다. 그럼에도 이 구조를 유지하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제가 환자라면 그렇게 진료받고 싶기 때문입니다. 얼굴을 맡기는 일에는 충분한 설명과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대신 진료실 안에서는 시간에 쫓기지 않으셔도 됩니다. 궁금한 것을 다 물으실 때까지 상담을 끝내지 않는 것. 그것이 규모와 바꾼 저의 몫입니다.

강남 피부과를 추천받아 알아보고 계신다면, 규모보다 이걸 먼저 보시길 권합니다. 오늘 나를 본 의사가 다음에도 나를 보는가. 룬이 아니어도, 그게 되는 곳이면 좋은 선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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